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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일기] 채찍: "타격의 소리 뒤에 숨은 자비, 찢긴 살가 위로 피어나는 서늘한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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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찍: "타격의 소리 뒤에 숨은 자비, 찢긴 살가 위로 피어나는 서늘한 회복"      01. 쇠붙이와 매듭의 비가: 빌라도 관정의 차가운 돌바닥을                                                     적시는 비천한 실존      나의 실존은 언제나 타인의 고통을 먹고 자라는 가장 잔혹한 음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가죽을 꼬아 만든 긴 끈 끝에 뼈조각과 둔탁한 쇠붙이를 달아붙인 나의 몸체는, 로마 군병들의 거친 손길에 끌려다니며 오직 타인의 비명과 혈흔만을 기억하는 비천함 그 자체였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화려한 권력의 장신구나 위엄을 자랑하는 칼날만을 귀하게 여길 뿐, 빌라도 관정의 차가운 돌바닥에 납작 엎드려 어둠을 흡수하는 나에게는 두려움 섞인 혐오만을 더할 뿐이었습니다.       관정 안에는 짓눌린 정적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재판석에 앉은 빌라도의 망설이는 숨소리와, 창밖에서 민중들이 토해내는 광기 어린 고함 소리가 사방의 석조 벽을 때리며 웅성거렸습니다.        그 오만한 권력의 계산법 아래에서, 나는 로마 군병의 서슬 퍼런 악력에 쥐어진 채 피비린내 나는 마당 한복판으로 끌려 나갔습니다. 자존심과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무죄한 분을 넘겨주던 빌라도의 차가운 눈빛, 그리고 그 분의 몸에 가해질 파괴를 기대하며 침을 뱉던 군중들의 매캐한 숨결이       내 가죽 끈 끝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