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자를 뜯기 직전 뇌에서 벌어지는 일

[G-LOGOS IMPERIAL 에디토리얼 칼럼 & 학술 서지 리포트]

택배 상자를 뜯기 직전 뇌에서 벌어지는 일

금요일 밤, 주문했던 택배 상자가 현관문 앞에 도착했다는 알림 문자를 받았을 때의 기분을 떠올려 보십시오. 퇴근길 발걸음이 절로 빨라지고, 엘리베이터 숫자가 바뀌는 짧은 순간조차 조급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막상 상자를 집 안으로 들고 와 가위로 테이프를 뜯고 내용물을 꺼내 손에 쥐는 순간, 이상하게도 조금 전까지 온몸을 감돌던 찌릿한 흥분은 거짓말처럼 잦아듭니다.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물건인데도, 내 손에 들어온 순간부터 감정은 차분해지다 못해 약간의 허무함마저 밀려옵니다. 우리는 왜 그토록 원하던 것을 손에 쥐는 순간보다, 그것을 손에 쥐기 직전에 더 강렬한 황홀경을 느끼는 걸까요.

쾌락의 호르몬이라는 오랜 오해

수많은 대중 매체와 자기계발서는 도파민을 쾌락의 분자라고 부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포옹할 때,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우리 뇌에서 분비되어 짜릿한 행복을 선사하는 물질이라는 설명이 상식처럼 통용되어 왔습니다. 사람들은 도파민이 많이 나와야 행복해진다고 믿고, 혹은 도파민이 과도하게 쏟아져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며 디톡스를 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뇌과학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통념은 절반만 맞거나, 아주 결정적인 지점을 놓치고 있습니다. 도파민은 우리가 이미 도달한 행복을 음미하게 만드는 물질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를 끝없이 안달 나게 만들고, 저 너머에 더 좋은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속삭이며 행동하게 만드는 추진체에 가깝습니다. 만약 도파민이 순수한 만족과 쾌락 그 자체를 담당한다면, 목표를 달성하거나 물건을 얻은 직후에 도파민 수치가 최고조에 달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 뇌 속 신경세포들의 대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침을 흘리지 않는 원숭이와 신경세포의 신호

이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명확하게 풀어낸 인물은 스위스 출신의 신경과학자 울프람 슐츠였습니다. 1997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그의 연구는 보상과 뇌의 관계를 바라보던 과학계의 시각을 송두리째 뒤흔들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연구하던 슐츠 교수 연구팀은 마카크원숭이의 뇌 속 중뇌 흑질과 복측피개구역에 미세 전극을 심어 도파민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했습니다.

실험 초기에는 원숭이의 입에 달콤한 과일 주스를 한 방울 떨어뜨려 주었습니다. 예상대로 주스가 혀에 닿는 순간 원숭이의 도파민 신경세포는 격렬하게 발화했습니다. 보상이라는 자극이 주어졌으니 당연한 반응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연구진이 실험 방식을 바꾸면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원숭이에게 주스를 주기 몇 초 전에 특정한 빛을 깜빡이거나 소리를 들려주는 신호를 학습시킨 것입니다. 신호가 울리고 잠시 뒤 주스가 주어지는 과정이 반복되자, 원숭이의 뇌 속 도파민 세포들은 놀라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스가 입안으로 흘러들어올 때 격렬하게 반응하던 도파민 신경세포가, 정작 주스를 마실 때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습니다. 대신 주스가 나올 것임을 알려주는 빛이나 소리 신호가 켜지는 바로 그 순간에 엄청난 양의 도파민 신호를 뿜어냈습니다. 보상 그 자체가 아니라, 보상이 곧 주어질 것이라는 단서와 예측이 도파민을 촉발한 것입니다.

더욱 극적인 장면은 신호를 준 뒤 주스를 주지 않았을 때 나타났습니다. 신호가 켜졌을 때 폭발적으로 치솟았던 도파민 분비는, 약속된 시간에 주스가 들어오지 않자 기준치 아래로 뚝 떨어지며 바닥을 쳤습니다. 이를 신경과학에서는 보상 예측 오류라고 부릅니다. 뇌는 이미 일어난 사건의 만족도를 기록하는 장치가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그 예측과 실제 결과 사이의 차이를 계산하는 정밀한 연산 장치였던 셈입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현실이 더 좋으면 도파민이 솟구치고, 예상과 똑같으면 도파민은 움직이지 않으며, 기대보다 못하면 도파민은 곤두박질칩니다. 우리가 택배 상자를 열어 실제 물건을 마주했을 때 덤덤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상자를 뜯기 전 우리의 뇌는 이미 최고 수준의 기대를 품었고, 실물은 그 환상적인 기대를 뛰어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갈망하는 뇌와 만족하는 뇌는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언가를 얻었을 때 느끼는 포만감이나 평온한 행복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심리학 및 신경과학 교수인 켄트 베리지와 테리 로빈슨은 수십 년에 걸친 정교한 동물 실험을 통해 보상 체계가 하나의 단일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들은 보상을 크게 원함과 좋아함이라는 두 가지 독립적인 회로로 분리했습니다.

원함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동기, 주의 집중, 갈망을 뜻합니다. 베리지 교수의 실험에서 도파민 회로가 파괴된 쥐들은 바로 코앞에 달콤한 설탕물이 놓여 있어도 그것을 먹으려고 기어가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음식을 찾아 먹으려는 의지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입니다.

하지만 연구진이 설탕물을 스포이트로 쥐의 혀에 직접 떨어뜨려 주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쥐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설탕물을 맛있게 받아먹었습니다. 도파민이 전혀 나오지 않아도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감각 자체는 온전히 살아 있었던 것입니다.

베리지 교수는 좋아함의 상태, 즉 현재 손에 쥔 감각적 즐거움을 누리는 과정은 도파민이 아니라 뇌 속의 오피오이드나 엔도카나비노이드 같은 다른 신경전달물질 회로가 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도파민의 본질은 좋아함이 아니라 원함입니다. 도파민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아직 갖지 못한 것, 저 모퉁이를 돌면 나타날 미지의 가능성, 미래의 보상을 상상할 때만 타오릅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이는 대단히 합리적인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수렵 채집 시절의 우리 조상이 사냥에 성공해 고기를 먹으며 끝없는 만족감에 젖어 그 자리에 드러누워 버렸다면, 인류는 맹수의 밥이 되거나 다음 계절의 굶주림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연 선택은 현재에 안주하는 개체보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내일 먹을 열매를 찾아 끊임없이 숲을 뒤적이게 만드는 불안하고 갈망하는 뇌를 살아남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기대할 때 가장 행복하도록 진화한 것이 아니라, 기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기에 도파민의 노예가 되도록 설계된 셈입니다.

화면 속 새로고침과 채워지지 않는 갈증

현대 문명은 이처럼 수십만 년 동안 진화해 온 도파민 보상 회로의 취약점을 정확하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입니다.

우리가 스마트폰 화면을 아래로 당겨 새로고침을 할 때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해 보면, 울프람 슐츠의 원숭이 실험실 풍경과 소름 돋을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화면이 로딩되는 그 찰나의 1초 동안 도파민 분비는 정점을 찍습니다. 어떤 새로운 소식이 떴을까, 내 게시물에 누군가 좋아요를 눌렀을까 하는 기대가 신경세포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화면을 당길 때마다 매번 똑같은 패턴으로 알림이 하나씩만 뜬다면 도파민 회로는 금세 지루함을 느끼고 작동을 멈출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어떤 때는 아무 알림도 없고, 어떤 때는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려 있으며, 가끔은 깜짝 놀랄 만한 흥미로운 뉴스가 나타납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가 밝혀낸 변동 강화 계획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것입니다.

결과가 불확실할 때, 즉 언제 얼마나 대단한 보상이 주어질지 알 수 없을 때 뇌의 보상 예측 오류 회로는 가장 강렬하게 불타오릅니다. 카지노의 슬롯머신 레버를 당길 때, 주식 창을 들여다볼 때, 쇼핑몰의 타임 세일 배너를 클릭할 때 우리는 물건이나 돈 그 자체보다 가능성이 주는 전율에 중독됩니다. 우리는 결과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음 순간에 벌어질지 모를 마법 같은 반전을 기대하는 그 팽팽한 긴장감 자체를 탐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인공적인 자극들이 원함의 회로만 기형적으로 비대하게 키운다는 점입니다. 소셜 미디어를 몇 시간 동안 넋 놓고 바라보다가 화면을 껐을 때, 충만한 행복감이나 깊은 휴식감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가슴 한구석에는 헛헛한 피로감과 공허함만 남습니다. 갈망을 담당하는 도파민은 쉼 없이 터져 나왔지만, 현재를 음미하고 만족을 느끼게 하는 오피오이드 시스템은 거의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끝없이 갈증을 느끼면서도 결코 목을 축일 수 없는 바닷물을 마시는 난파선의 표류자처럼 살아갑니다.

과정의 열기 속에서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방법

도파민 보상 회로의 작동 원리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나면, 우리의 삶과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성취의 순간이 왜 이토록 짧고 허무한지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의지가 박약하거나 감정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인간의 뇌 구조 자체가 목표에 도달하는 순간 다음 목표를 향해 도파민의 시선을 돌려버리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차가운 신경과학적 진실을 알았을 때, 도파민에 휘둘리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이 회로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설계자가 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우선 기대의 힘을 삶의 추진력으로 건강하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목표를 세울 때 최종 결과물에만 모든 의미를 부여합니다. 시험 합격, 승진, 내 집 마련 같은 최종 종착지만을 바라보며 현재를 고통스럽게 견뎌냅니다. 하지만 뇌는 종착역에 도착했을 때 영원한 안식을 주지 않습니다.

진짜 지혜는 거대한 목표를 아주 작고 구체적인 일상의 과정들로 쪼개어, 그 과정 하나하나에 예측과 기대의 불꽃을 붙이는 데 있습니다. 오늘 책 한 장을 읽고 노트를 정리하는 작은 행동 뒤에 나 자신이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해 보는 것, 내일 아침 달리기에서 어제보다 조금 더 가벼워질 호흡을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도파민이 먼 미래의 환상이 아니라 오늘의 작은 진전을 기대하며 분비되도록 길을 터주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원함의 폭주를 멈추고 좋아함의 감각을 의도적으로 깨우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도파민이 다음을 외치며 우리의 멱살을 잡고 미래로 끌고 가려 할 때, 의식적으로 멈추어 서서 오감에 주의를 기울여 보는 것입니다. 택배 상자를 뜯었다면 잠시 손을 멈추고 그 물건의 재질과 색감을 온전히 느껴보고, 음식이 식탁에 올랐다면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 전에 입안에 퍼지는 향과 온도를 천천히 음미하는 태도입니다.

우리는 기대할 때 가장 설레고 가슴이 뜁니다. 그것은 뇌가 우리에게 부여한 가장 강력한 생명력의 증거이자,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만드는 엔진입니다. 그러나 엔진만으로는 목적지에 아름답게 머물 수 없습니다. 기대감이라는 찬란한 파도가 밀려올 때 그 에너지로 힘차게 노를 젓되, 물가에 닿았을 때는 배에서 내려 모래사장의 감촉을 발바닥 전체로 느낄 줄 알아야 합니다. 갈망의 흥분과 현재의 평온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때, 우리는 비로소 도파민이 파놓은 허무의 함정에서 벗어나 삶의 모든 순간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습니다.


슬기로운 과학생활 편집부
본 글은 일반 교양을 위한 편집 콘텐츠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우주의 새벽을 밝히는 빛: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밝혀낸 시간의 시작과 은하 진화의 경이로움

The Invisible Architects of Your Everyday Mood

우울함은 정말 당신의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