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일기] 가야바의 뜰, 비겁의 온도를 측정하던 횃대 위의 기록


가야바의 뜰, 비겁의 온도를 측정하던 횃대 위의  기록



     01. 음지의 서늘한 목청: 대리석 장벽에 갇힌 날개짐승의 실존

     내 기억은 언제나 지독하게 메마른 서늘함에서 출발합니다. 

     인간들은 저마다 지붕 아래 상석을 차지하기 위해 눈을 번뜩이거나, 화려하게 수놓은 외투 깃을    세워 제 권세를 자랑하곤 했지요. 

     하지만 흙먼지 날리는 대제사장 관저의 뒤안길, 거칠게 깎아낸 칼자국이 그대로 만져지는 나무     횃대 위에 발톱을 박아 넣고 서 있던 나에게 인간의 서열이란 한낱 가소로운 움직임에 불과했습니다. 

     나의 일상은 좁은 울타리 안에 갇혀 배추입이나 쪼아 먹으며 새벽이 오는 주파수를 온몸의 깃털로 수신하는 비천함, 그 자체였습니다.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횃불의 희미한 주황빛마저 비껴가는 이 마당 구석은 차가운 정적으로 터질 것 같았습니다. 

     안나스와 가야바의 심문실 문틈으로 들려오는 날카로운 추궁 소리와, 무장한 군사들이 군화를 디딜 때마다 서성거리는 대리석 바닥의 진동이 내 발목을 타고 올라왔지요. 

     사람들은 추위를 이기지 못해 마당 한복판에 숯불을 피워 올렸습니다.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불꽃 주변으로 몰려들어 거친 손을 내미는 인간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비정한 계산의 밤에 내가 눈을 뜨고 있었던 것은 단순히 홰를 치며 울 시간을 기다리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호의와 안전이라는 주판알을 튕기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인간의 가장 깊은 밑바닥, 그 숨겨진 위선과 연약함이 어떤 비명으로 무너지는지 온몸으로 고발하기 위한 거룩한 대기의 순간이었습니다.

     매캐한 연기가 낮게 깔린 석조 마당을 타고 흐를 때, 내 눈은 무리 틈에 끼지 못하고 서성이던 한 남자의 구부정한 등허리에 머물렀습니다. 

     그의 옷자락에서는 방금 전까지 예루살렘 성벽 밖을 가로지르던 기드론 시내의 축축한 밤이슬 냄새와, 땀에 찌든 어부의 거친 살 냄새가 엉겨 붙어 풍겨왔습니다. 

     베드로였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 상석의 만찬 자리에서 목숨을 버릴지언정 결코 스승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큰소리치던 그의 당당한 목소리는 이 서늘한 돌마당의 공기 속에서 허옇게 얼어붙어 가고 있었습니다.

     02. 가야바의 마당, 생존이라는 완고한 습관이 만든 참혹한 정체

     내 앞에는 저마다의 안전을 담보 받으려는 인간들의 조바심이 열두 폭의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주인을 따라, 혹은 권력의 궤도를 따라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인간들이 길들여진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해를 입지 않으려고 줄을 서고, 상황이 불리해지면 언제든 자기가 속했던 세계를 지워버리는 교활한 생존 본능이었습니다. 

     앞날의 두려움에 눈이 멀어 버린 처지에서, 오직 군사들의 서슬 퍼런 칼날과 여종의 가벼운 질문 하나에도 사정없이 흔들리는 연약한 정체가 매 순간 되풀이되었습니다.

     "당신도 저 사람의 제자 중 한 사람이 아닌가요?" 

     문지기 하녀의 날카로운 질문이 마당의 적막을 찢었을 때, 베드로의 입술은 숯불의 일렁임보다 더 빠르게 떨렸습니다.

 "나는 아니오." 

     그 첫 번째 거절은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사정없이 내팽개쳐진 유리그릇처럼 파편이 되어 튀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말의 실수가 아니었습니다. 타인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이기적인 목적을 향해 질주하던 오랜 인간의 습관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였습니다.

     그 참혹한 습관이 가져온 결과는 영혼의 처절한 찢김뿐이었습니다.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로 귀가 잘린 마고의 친척이 그를 추궁하며 

"내가 동산에서 그와 함께 있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

     고 다그칠 때, 베드로의 음성은 저주와 부인으로 얼룩져 매캐한 불꽃 연기 속으로 산산이 흩어졌습니다. 

     자기를 지키기 위해 스승과의 모든 연결고리를 끊어내던 그 순간, 그의 내면은 사방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만 같은 캄캄한 정체의 밤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그 배신의 자리를 자처하려 하지 않았지만, 베드로는 스스로 그 깊은 시궁창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03. 밤의 장막을 찢는 울음소리, 거룩한 낭비와 마주한 반전의 자정

     우리는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이 가진 신념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얼마나 잔인하게 무력한지, 막상 죽음의 위협이라는 차가운 현실 앞에 직면했을 때 그들이 호언장덤하던 의리라는 가치가 알고 보니 한 줌의 재보다 하찮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베드로의 비겁한 변명이 돌마당을 가득 채우고, 무리들이 승리를 확신하며 비웃음을 흘리던 바로 그때였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내 깊은 폐부에서부터 뜨거운 피가 솟구쳤습니다. 

     나는 날개를 크게 퍼덕이며 가슴을 열어젖혔습니다.

 "꼬끼오—"

      내 홰를 치는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가야바의 뜰 전체를 수직으로 강타하며 새벽의 장막을 찢어발겼습니다. 

     그것은 베드로의 비겁함을 세상 폭로하는 냉혹한 진실의 종소리인 동시에, 스승께서 그의 완악한 미래를 향해 미리 설치해 두셨던 거룩한 자정의 신호였습니다. 

     인간의 주판알로는 결코 계량할 수 없는 타이밍의 반전이었습니다.

     그 소리와 동시에 심문실의 문이 열렸습니다. 결박당한 채 끌려나오시던 스승의 시선이 마당 한구석, 하얗게 질려버린 베드로의 눈동자와 정확하게 마주쳤습니다. 

     그 눈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죄나 배신에 대한 징벌이 아니었습니다. 너의 연약함과 부끄러운 밑바닥까지도 내가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가슴 시린 창조주의 거룩한 낭비이자 압도적인 자비였습니다.

     막상 그 자비의 손길과 눈빛에 부딪힌 베드로의 얼굴은 내가 내뿜는 숨결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이내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자신이 철저하게 부서지는 그 순간, 그는 관저의 무거운 철문을 밀치고 어두운 골목길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리고 밤하늘을 향해 심히 통곡했습니다. 

     그 통곡의 눈물은 비겁함의 노예로 살아가던 자아의 껍데기를 녹여버리는 가장 강력한 자정의 용매제였습니다.

04. 횃대 위에서 내려다본 오늘의 매뉴얼: 비겁의 울타리를 부수고 새벽을 깨우는 법

     내가 가야바의 뜰 하늘을 향해 목청을 터뜨리며 증명했던 것은 인간의 절망이 아니라, 부서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는 위대한 회복의 가능성이었습니다. 

      스승의 예언이 내 목소리를 통해 돌마당에 뚝뚝 떨어질 때,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부끄러움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을 때, 자책의 감옥에서 나와 신나서 처음 기분으로 다시 일어설 실제적인 행동 지침을 제안합니다.

  • 세상의 위협적인 소음을 차단하고 본질의 주파수 맞추기: 조직의 압박이나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당신의 정체성과 신념을 숨기고 싶을 때, 즉시 그 계산을 머릿속에서 차단하십시오. 그것은 나를 보호해 주지 못하는 가짜 울타리일 뿐입니다. 내 존재의 가장 부끄러운 바닥까지 이미 알고 계시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품으시는 본질적인 자비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침묵의 시간을 확보하십시오.

  • 자존심의 옷을 벗고 처음의 순수한 설렘으로 재부팅하기 (핵심): 베드로처럼 완전히 넘어지고 스스로에게 실망하여 마음에 눅눅한 짜증과 낙심이 차오를 때, 자책감에 영혼을 내어주지 마십시오. 당신의 실패는 끝이 아니라 참된 나를 마주하는 기회입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자존심의 무거운 겉옷을 미련 없이 벗어던지고, 처음 무언가를 시작했을 때의 순수했던 설렘과 뜨거운 심장박동으로 완전히 리셋하십시오. 원망을 거두고 신나서 처음 기분으로 다시 일어서서 새벽을 향해 걸어 나갈 때, 당신을 가두던 견고한 비겁함의 성벽은 이미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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