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Logos] 베데스다의 들것 : "네 변명의 자리를 들고 일어나라" (요한복음 5장)
베데스다의 들것 : "네 변명의 자리를 들고 일어나라" 01. 13,870일, 썩어가는 희망을 지탱하다 나는 예루살렘 양문 곁, 베데스다 행각 아래 38년째 붙박이처럼 놓여 있던 '낡은 들것'입니다. 사람들은 나를 침상이라 불렀지만, 사실 나는 한 인간의 '유배지'였습니다. 내 몸에 닿는 그의 살결은 오랜 세월 햇빛을 보지 못해 창백했고, 마비된 그의 등에서는 욕창의 진물이 흘러나와 내 거친 천 조각을 매일 눅눅하게 적셨습니다. 나는 그의 비명 섞인 신음과, "물이 움직일 때 나를 좀 넣어달라"고 애걸하는 비참한 자존심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함께 썩어갔습니다. 베데스다의 공기는 늘 지독했습니다. 썩은 물비린내와 환자들의 피고름 냄새... 하지만 그보다 더 고약한 것은 '나보다 먼저 들어가는 누군가'를 향한 지독한 증오의 냄새였습니다. 가끔 물이 움직인다는 소문이 돌 때면, 제 위에 누운 그는 바스락 거리며 몸을 비틀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는 승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늘 그 자리에 남겨져, 다른 이들의 환호성을 시샘하며 어둠 속으로 침잠했습니다. 02. "네가 낫고자 하느냐?" : 멈춰버린 심장에 던져진 질문 어느 안식일, 낯선 남자가 다가왔습니다. 그분은 치유의 기술을 가진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존재의 근원을 꿰뚫어 보시는 분이었습니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 그 질문이 들렸을 때, 나는 내 주인님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을 느꼈습니다. 주인님은 낫고 싶다는 대답 대신, 38년 동안 쌓아온 '불행의 포트폴리오'를 꺼내놓았습니다. "나를 넣어줄 사람이 없나이다..." 그 목소리에는 원망과 포기가 켜켜이 쌓여 있었습니다.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주인님은 다리가 마비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나를 도와줘야만 한다'는 의존 에 영혼이 마비되어 있었다는 것을요. 그는 나라는...